
골프공의 비애
“나는… 맞기 위해 태어났다.”
티 위에 올려지는 순간부터 불안하다.
누군가는 살살 다뤄주지만,
대부분은 드라이버로 인생 최대 스피드를 찍는다.
잘 맞으면?
하늘을 날다가…
“굿샷!” 한마디 듣고 끝이다.
못 맞으면?
나무에 맞고,
돌에 맞고,
결국 물에 빠진다.
가끔은 억울하다.
분명 사람은 왼쪽을 보고 쳤는데,
왜 내가 오른쪽 숲에 들어가야 하는지.
벙커에 빠지면 더 서럽다.
모래 속에 파묻혀
“한 번 더!”
“또 한 번!”
계속 맞는다… 탈출할 때까지.
그래도 희망은 있다.
어쩌다 홀컵에 쏙 들어가는 날,
그날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.
하지만 현실은…
대부분의 나는
“로스트볼”이 되어
다른 주인을 기다린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