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쉬어가는 삶
법정 스님
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마라
편안한 발걸음으로 쉬어가라
무엇에 집착하지 않은 마음으로
묵묵히 쉬면서 천천히 가라
놓으면 자유(自由)요
집착하면 노예(奴隸)다
이 세상에 빈 손으로 와서
빈손으로 가는 인생
짐을 내려놓고 쉬어라
쉼이 곧 수행(修行)이다
쉼은 삶의 정지가 아니라
삶의 중요한 부분이다
쉼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
고역(苦役)일 뿐이다
지친 몸을 쉬는 방도
빈 공간을 이용하게 된다
빈 것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
삶에 꼭 필요한 것이다
쉼이란 놓음이다
마음이 해방되는 것이고
마음으로 벗어나 쉬는 것이다
그래서 쉼은 중요한 삶이다
시비(是非)가 끊어진 자리
마음으로 탓할 게 없고
마음으로 낯을 가릴게 없는
그런 자리의 쉼이다
이 세상에서
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
인생은 잠시 쉬어갈 뿐이다
쉬어가는 여유있는 넉넉한 삶을
사유(思惟)하며 삽시다